2014년 3월 13일 목요일

14. 경쟁이 경제 원칙을 넘어설 정도로 너무 치열해졌다. (Part. 3)

 
그러면 30대 광고대행사도 알아볼까?

아래 표는 2013년 광고회사 현황 조사라고, 광고단체연합회가 매년 3월이면 각 대행사에 양식 돌려서 자율로 적어내라고 해서 취합 발표하는 자료이다. 여기에는 취급고, 인원 등의 자료가 들어 있으나, "자율"로 적는 것이기 때문에 이 숫자들 중 취급고의 경우 일부 회사는 좀 뻥튀기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취급고의 경우에는 그외 별도로 조사할 방도가 없으므로 공개 가능한 자료 중에서는 이 자료가 가장 적합한 자료로 볼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ATL 광고를 만들고 싶다면 프러덕션 쪽 아니면 사실 종합광고대행사를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많을텐데, 내가 아는 한 왠만한 대행사 중에서 이 리스트에 없는 대행사는 없는 듯 하다.

[2013년 광고회사 현황조사_인하우스 구분]

 
 
자 현실이 나왔다.

1) 종합광고대행사가 취급하는 시장에서 86%는 인하우스 대행사들이 차지를 하고 있고,

2) 독립대행사는 그 시장에서 불과 2% 밖에 차지 못하고 있다
- 코마코는 지분은 없지만 그 오랜 시간 동안 회장님들 간의 친분으로 하고 있는 야쿠르트와 동국제약의 빌링이 아마 60%가 넘어갈 것이므로 지분만 없을 뿐 인하우스와 다를 바 없다는 판단이다.
- 광고 잘만드는 메이트 역시 독립이라고 주장도 했고 일견 수긍도 가지만, 역시 Start 자체가 20%인가 지분을 갖고 있던 재능교육과 같이 하여 지급보증도 그쪽으로부터 받았고, 이동훈 사장이 개인적으로 동서식품 집 자제라는 점으로 대행하는 것도 있고, 이제는 이노션으로 지분을 넘기기로 하여 실제 매체는 합병이 되었으므로 인하우스로 분류를 하였다.
- 휘닉스의 경우도 뭐 사실 보광 그룹에서 넘어오는 물량이 얼마 안되지 않을까 생각은 하는데, 그래도 과거 삼성 물량도 많이 했던 인하우스는 인하우스니까...

3) 외국계 대행사가 11%를 차지하는데 이 경우에도 TBWA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네트워크 광고주 위주로 취급하고 있으므로 이쪽도 뭐 임자 있는 땅만 취급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그닥 다른 바 없을 것 같다.

과거에는 어땠을까?

사실 한국 광고계를 가장 최근에 휘저었던 사태 중 하나인 IMF 때와 비교를 해보면, 인하우스 대행사중 그 때는 없었는데 추가로 나와서 독립 물량을 가져간 경우는 SKMC, 포레카 등으로 그 비율은 윗 표에서 전체 인하우스 취급 물량의 8%에 불과하다.
뒷받침할 자료는 없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당시에는 TOP 20에 들어가는 광고대행사중에는 나라기획, 웰콤, 선연, 거손, MBC애드컴 같은 독립 대행사들이 좀더 많이 있었고, 지금은 서울우유 하나만 하는 서울광고같은 경우도 독립광고주들로 유명하였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보다는 독립 광고주들이 더 많이 있었고 독립 광고대행사들도 더 많이 있었던 것 같다.
네이버 쳐보니 매일경제 1997년 5월 20일 44면에 "광고대행사 수익없는 사업 안한다"는 기사를 보니 이 때부터도 앞으로 인하우스 쪽으로의 쏠림이 있을 것이라는 걱정에 대한 기사가 있다.
 
즉 과거에 비해서 인하우스로의 쏠림 자체가 심해졌고 그 이유는 인하우스 대행사가 추가로 나와서 보다는 기존 인하우스 대행사들의 몸집이 크게 부풀려져서 그렇다는 점을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유로는 기존 인하우스 대행사를 갖고 있는 그룹들의 몸집이 독립광고주들에 비해서 더 크게, 혹은 기존 인하우스 대행사들이 공격적인 경영으로 독립광고주 물량을 좀더 많이 빼앗아 가서 그럴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자 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2012년으로 돌아와서 전 글과 위 자료를 결합해 봤을 때 나올 수 있는 시사점은,
150대 광고주의 경우 외국계 네트워크 광고주들까지 포함해서 임자가 있는 경우는 60%에 불과했는데, 대행사 시장을 보면 인하우스 86% + 외국계 12% 로 임자가 있는 사람들이 사실상 98%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 과거와 비교하면 이제 독립광고주들도 모두 인하우스에 물량을 맡기고 있고, 얼마 없던 독립 대행사들도 다 얼어죽었다는 점이다.

독립대행사라는 말이 얼마나 광고인들에게는 자부심 가득찬 말이었던가?

네이버에 "독립광고대행사"라는 말을 치면 이미 1998년에 퍼블리시스에 60%의 지분을 넘긴 웰콤도 독립대행사라고 하고, 러시앤캐쉬에도 불구하고 뉴데이스도 독립광고대행사라고 하고, 이노션이 인수하고 재능교육과 설립한 메이트도 독립광고대행사라고 하고, 지분은 없지만 회장들간의 네트워크로 한국야쿠르트, 동국제약 광고를 20년이 넘게 하고 있는 코마코도 자신들을 독립광고대행사라고 한다.

아이디어의 크기와 사무실의 크기는 원래 상관이 없는거 아닌가?
시안만으로 평가한다면 적어도 크리에이티브에어, 컴투게더, 메이트, 그레이프 뭐 이런데는 지금보다 훨씬 더 잘 나가야 하는 거 아니었던가?

인하우스에 워낙 사람이 많으니, 확률적으로도 거기에 재능있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있다.
지금 인하우스에 있는 광고인들도 "나중에 가 독립하고 나서 내 스스로의 아이디어로 회사를 키워서 외국계나 다른 인하우스에 팔고 돈 벌어야지" 하는 꿈을 미국이나 영국에 있는 광고인들처럼 동일하게 꾸고 있을 수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내가 생각하는 한국 광고계의 영웅은 바로 이렇게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대행사를 만들어 인하우스로 가득 오염된 세상에서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 본 사람들이다.

지금 현직에서 제일 유명한 TBWA의 박웅현이나, 지금은 떠난 제일기획의 최인아도 대단한 사람들이겠으나, 내 기준에는 영웅은 아니다.
그보다는 웰콤의 박우덕, 문애란,  Lee & DDB의 이용찬, KS&Partners의 이근상, 컴투게더의 한상규, 크리에이티브에어의 윤수영, 한승민, 최창희, 메이트의 이동훈... 이런 사람들이 한국 광고계에서 변화를 만들었던 사람들이다.

이중 메이트는 재능교육하고 같이 시작했긴 하지만, 어쨌든 Lee & Parters를 처음 이용찬 사장이 자신의 명성만 믿고 시작하고 6개월 동안 직원 돈을 못주면 그만 접자고 했는데, 정말 6개월 동안 광고주가 안들어와서 접을려다가, 결국은 집 담보로 잡고 월급 주고 7개월째부터 광고주 들어와서 성공을 했다지?

DDB, BBDO, McCann, Ogilvy & Mather, Leo Burnett, BBH, Crispin Porter & Bogusky, Widen & Kennedy, Goodby Silverstein & Partners...
이거 다 자기 사람 이름들이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정상적이고 대단한 광고회사들은 모두 자기 이름 걸고 한 번 광고 만들어보자고 일어서 광고인들이 만든 회사란 말이다

Cheil, Innocean, HS, Daehong, SK, Oricom, Hancomm, SangAm, Poreca, Nongshim...
여기에 어디 자신의 자존심을 건 광고인의 이름이 있는가?
광고 회사가 아니라 수익을 앞세운 모그룹의 계열사라는 소속을 상징하는 이름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면 대한민국 광고계에서 앞으로 자기 이름을 앞세운 독립 광고대행사가 나올 수 있을까?

전체 시장의 2%만 보고?

경쟁이 미국이나 영국처럼 경제 원칙에 맞게 이루어진다면, 당연히 가능할 것이다.
단, 전세계 일본을 빼고 유일하게 매체와 제작을 동시에 하는 Bundled Agency Model이 판을 치는 우리 나라에서는 매체 지급보증이라는게 분명히 현실적으로 걸리기는 하다.

하지만 아이디어의 싸움에서도 새롭게 이름을 걸고 시작하겠다는 광고인의 의지를 꺽는 일이 있으니,
하나는 줄곧 이야기 한 "모 기획의 약속"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 광고인들 스스로가 파버린 수치스러운 함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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